기부문화의 확산
기부문화에 있어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새 천년을 앞두고 ‘더 주는 시대(Giving More Age)’를 선포한 영국에서는 9,000여개의 모금전담기구들이 연간 40조원을 모금하고 있다. 기부와 자원봉사가 건국정신이어서 돈만이 아닌 시간을 포함한 ‘5% 주기(Give Five)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미국 공익재단의 기본 자산은 310조 4000억원(2000년)이다. 이들 기부금의 75%는 그 나라 국민의 80% 이상의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 소액이지만 다수가 지속적으로 자기의 소득을 나누어주는 생활화된 기부문화의 산물이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기부문화의 활성화는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한다. 선진사회에서는 ‘민간단체 지원법’과 ‘기부금품 모집법’을 제정하여 시민사회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1951년에 제정된 ‘기부금품 모집금지법’이 1995년 ‘기부금품모집규제법’으로 명칭만 바뀐 채 현재까지 기부문화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국민의 후원으로 활동해야 하는 민간활동 발전에 저해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이 범법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기까지 한다.
늦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여성, 복지, 환경, 아동 등 부문별 공익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재단들이 출범했다. 이들 재단은 시민운동체와 기부자 간의 교량 역할을 하는 중간 기구로서 재정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훼손될 수도 있는 시민사회의 생명인 “자율성”을 보존하게 하는 기능도 갖고 있어서 의미가 크다. 재단 육성을 위한 정부의 대책은 재단 운영과 관련한 제반 세제 개혁이다. 화폐를 ‘환’으로 사용하던 시대에 제정된 세제들이 현재 재단들의 활동을 재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 대두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우리의 기부문화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서 주목된다. 기업들이 이제는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 아래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고 시민단체와의 적극적인 제휴가 필요하다고 하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다만 기업들이 사회공헌사업을 직접 전개하는 경우 기업 마케팅 전략의 일부로 전락하기 쉬우며, 개별 시민운동체와 제휴하는 경우 시민단체들의 본연의 운동정신을 약화시킬까 우려된다. 선진국의 기업 사회공헌팀들이 중간 기구인 지역사회재단이나 공익재단들을 통해서 시민단체를 지원하고 있는 것에 동의한다.
국가가 미처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요구를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포용해야 한다. 아울러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각적인 제도개혁과 활동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민사회, 정부, 기업, 언론 등의 새로운 역할 모색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문제는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다. _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