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랜스로피와 챠리티

 

우리나라의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문화를 보면,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챠리티(Charity-자선행위) 성격이 매우 두드러진다. 이에 비해 보다 발전된 민주사회의 기부문화는 사회 자체의 변혁을 지향하고 있는 필랜스로피(Philanthropy-박애행위)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챠리티는 1601년 영국이 제정한 ‘구빈법’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물품이나 금전을 베푸는 것과 같은 시혜적 나눔이다. 챠리티가 불우이웃을 위로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필랜스로피는 굶주림, 빈곤, 재해, 질병 등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어 이를 개선하는 사회 변혁적 차원의 나눔이라고 할 수 있다. 필랜스로피라는 단어의 어원은 희랍어로 사랑과 친구를 뜻하는 ‘필로스’와 인간과 인류를 뜻하는 ‘안스로포스’를 조합한 ‘힐란드로피아’로서, 인류에 대한 사랑, 즉 ‘박애’를 의미한다. 필랜스로피는 반드시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한 뜻을 지닌 인본주의와도 구별된다.

챠리티가 위에서 아래로의 종적인 관계를 전제하는 반면, 필랜스로피는 수평적인 횡적 관계로서 계층이나 우열이 없는 이웃사랑, 더불어 사는 삶, 파트너십 사상의 전제가 된다. 돈만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기부함으로써 사회적 삶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자발적 행위이고, 자기희생이 아닌 인간의 온전한 ‘자기실현’을 결과한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가 챠리티에서 필랜스로피 성격으로 전이되는 것은,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그의 저서 <미래사회>에서 “21세기에는 자원봉사활동이 가장 중요한 인류활동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간파한 것처럼 시민사회운동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와 사회가 종래의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과 실행에 있어 이제는 챠리티에서 필랜스로피로 서서히 사회공헌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이 부문에 관여하고 있는 우리들의 바람이다. _2004

사진58 한국여성재단5월발대식1r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