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환경문제와 여성의 힘

 

‘여성운동은 있는데 왜 남성운동은 없는가?’ 또는 ‘여성사는 있는데 왜 남성사는 없는가?’ 라는 질문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하나의 전제가 빠져있다. 인간의 역사는 남성사로 되어 있다는 것. 그 근거를 역사라는 영어단어 ‘HIStory’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이러한 여성 불가시성은 역사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교육, 종교 등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여성운동 이론가인 우에노 지즈꼬 교수는 1986년에 펴낸 <여성이 세계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책에서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여성도 할 수 있다” “남자가 구하지 못하는 세상은 여성도 구할 수 없다” “여성은 남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동일한 존재다”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그러면서 우에노는 <차별없는 구별>설을 지지하는 여성원리파로 간주되는 생태적인 페미니즘의 신화를 거부한다. 그 이유는 근대사회가 비록 합리적, 과학적, 분석적, 경쟁적, 그리고 단편적인 남성원리 위주로 운영되어온 결과 위기상황을 맞게된 것이라고 해서 직관적, 신비적, 통합적, 전체적인 여성 원리로 타개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경우 여성만이 여성원리의 담지자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여성원리가 세계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문화의 영향으로 여성집단이 여성원리를 보다 강하게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에노는 여성이 여성원리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현실적으로 개인으로서의 여성은 남성과 똑같다는 것이다. 그 말은 남성들도 여성원리의 담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잘못된 근대사회를 바로잡는 일은 여성원리를 남성도 발휘하게 해서 현재 남성원리에 치우쳐있는 사회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성 역차별’이라는 시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환경연대를 조직하는가?

첫째로 환경운동권 내의 가부장적 문화로 인한 폐해 해소와 환경운동사에서의 여성참여의 불가시성을 극복하기 위해, 둘째 여성환경운동의 정체성 확립 및 주체적 참여 확대를 위해, 셋째 국내외적인 연대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넷째 여성환경운동의 세력화를 통해 여성의 삶의 조건을 스스로 만드는 것으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섯째 독자적인 지도력 개발, 전문성 및 발언권 확보 등을 위해 여성환경운동의 활동가, 전문가, 정책결정 참여자, 실천가들의 연대는 필요하다.

여성의 잠재력은 아직까지 써보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자산이다. 여성환경연대가 이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사회를 생명공동체로 지구환경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일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_2000

사진51 박영숙선생님03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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