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평화를 위한 여성의 소명

 

냉전구조에서 개방과 협력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는 여성들의 희생을 줄이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당하는 정신적 고통과 민주적 권리의 제약, 막중한 군사비 부담으로 인한 복지 특히 여성복지의 희생 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

이 시기에 여성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구체화되었다. 

첫째는 일본의 PKO 파병반대, 플루토늄 보유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일본은 PKO협력법안 통과 후, 최근에는 막대한 양(2010년까지 100t 확보-소련·미국과 같은 양)의 플루토늄 수송 작전을 시작했다. 일본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은 동북아지역 모든 여성들의 불행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PKO법안 통과를 저지하지 못했지만, 일본의 자위대 해외파병은 반드시 저지해야만 한다. 일본이 자행한 과거의 범죄로 쓰라린 아픔을 겪은 우리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둘째로 군사비 감축과 여성복지 확대를 위한 노력이다. 여성복지 향상은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비대한 군사비의 감축과 평화정착의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군비경쟁은 필연적으로 국민의 생존권과 복지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생존권과 복지를 위협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복지 확대를 위한 노력은 자국 내 평화세력을 강화하고 군국주의자들을 제어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셋째로 다국적 기업에 의한 공해문제의 해결이다. 환경문제는 본질상 남북의 문제이다. 가난한 나라, 가난한 지역, 가난한 여성이 가장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특히 개방화 추세에 따라 활발해질 다국적 기업의 진출과 이에 따라 발생할 공해산업의 폐해는 신흥공업국 모두의 문제이다.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 선진국이 경제적 부담을 지도록 하고, 무공해 기술의 개방에 대한 요구가 동북아 국가들의 연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로 외국인 불법고용, 비정규 고용과 여성노동력의 서비스업으로의 대량유입의 문제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합작 등에 의해 더욱 강화되는 자본의 노동통제로 인하여 가장 많이 희생되는 것은 여성이다. 차별임금, 저임금 임시직 고용, 파트타임제, 외국인 불법고용은 여성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열악한 생산직 노동조건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매춘·향락업종으로 내몰림을 당하고 인간성이 파괴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여성들을 위한 고용안정 및 기술훈련제도의 정착, 차별임금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외국인 취업자의 인권보장과 국내 노동자와의 동등한 대우 등을 통해 자본에 의해 세계적으로 행해지는 노동착취를 근절해야 한다.

끝으로, 지구촌 가족화시대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정치·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 연대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실질적인 힘은 평화를 지향하는 여성들의 힘이 조직되고 정치세력화될 때만 제대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_연도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