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여성평화운동에서 배우자
내가 참석한 10개국 여성회의 대표 일행은 10월 2일 주일에 켄진겐시의 한 교회의 저녁예배에 초청을 받았다. “생명을 위한 기원 행진”의 대열이 그 지역에 도착해서 드리는 특별예배였다. 그 곳에는 배낭을 짊어진 간편한 옷차림의 수많은 남녀노소의 무리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운집해 있었다. 그들 모두는 백색 스카프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생명을 상징하는 아기 기저귀란다.
이 평화기원 행진은 9월 18일에 첫 도시를 출발해서 10월 8일에 마지막 도시에 도착하는 21일간 21개 도시를 행진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또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그 고장의 시민들에게 그들의 뜻을 전하고 서명을 받는 한편 행렬에 가담케 하여 다른 도시로 향하곤 했는데, 그 서명은 제네바 회의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가담으로 이어진 이 행진은 놀랍게도 한 젊은 어머니에 의해서 시작되었으며, 우리가 그들 일행과 만난 때가 15일째 되던 날인데 그때 이미 큰 운동으로서 사회의 여론을 일으키고 있었다.
서독 사람들은 더 이상 핵무기의 증강이 평화를 보장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힘의 우세를 통한 안보는 사실상 안보를 크게 위협할 뿐이며, 군사 균형을 통한 평화유지는 계속적인 군비경쟁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평화 철학자이며 물리학자인 칼 프리드리히 폰 바이제커는 “두 개의 서로 불신하고 있는 적대 국가는 항상 상대방보다 강해야 안전을 느끼는 법이다. 그런데 양편이 모두 상대방보다 강해야 한다는 조건은 영원히 이룩될 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군사력이 강하고 초현대적 무기를 개발해도 핵전쟁을 통해서 이기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없다. 왜냐하면 대량 살상무기는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않고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인류의 파멸만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은 우발적으로 터지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사회적, 심리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계획되고 준비되어서 터지는 것이므로 준비과정에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C.W. 밀스가 예측한 “아마도 3차전쟁의 원인은 그 준비 자체가 될 것이다” 라는 말이 바른 판단이라면 전쟁 준비를 막는 것이 곧 전쟁을 막는 것이 될 것이다
오늘날 평화 파괴의 요인은 비단 전쟁만이 아니다. 인구폭증, 잘못된 발전문제, 빈부의 격차, 권력의 편중, 또는 괴물과도 같은 다국적기업의 횡포가 날로 인간성을 말살하고 드디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의 양심들은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의로운 세계를 건설해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다. 평화와 정의는 쌍둥이이므로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 오늘의 평화운동이 여성해방 또는 약자해방 운동과 생명운동의 일환으로 번져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_1984
말에 앞서 그녀는 웃었다.
그런데 이때의 웃음소리를
상투적인 여성(女聲性)에
빗대어 ‘호호’로 써야 할 것인지
‘하하’로 표현해야 할 것인지 망설여진다.
– 최일남기자, 일요신문, 19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