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치참여가 활발해져야
13대 국회에서 활동한 경험에 의하면, 정치이념에 있어서 진보적인 의원 중에서도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남성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였다. 결국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처럼 여야를 불문하고 그래도 여성들이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그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을 체험하였다. 따라서 소속 정당의 입장이 어떻든간에 여성편향주의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여성의 요구를 대변하려는 여성의원들이 국회에 꼭 있어야 한다.
지난 37년간 여성들의 숙원이었던 가족법 개정과정에서 나는 남성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반여성적 태도에 아연실색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가장 진취적인 여성관을 가져야 할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문제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여소야대의 마지막 국면에서 여성운동계의 총력적인 지원으로 가족법 개정안을 아슬아슬하게 통과시킬 수 있었지만 지금도 보수적인 여성관을 가진 남성의원들을 설득하던 과정을 생각하면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따라서 이제는 구호로만 여성의 정치참여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우리 여성들도 여성 독자적인 정치연합을 구성함과 동시에 제도정치권 내의 정치연합에 적극 참여하고 그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성운동 내에서의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운동의 과제로 채택되어야 하며, 정치참여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통한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_19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