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치유의 리더십

고정관념

그릇된 고정관념이 인간사회를 어떻게 좀먹고 있는가 하는 사례는 헤아릴 수 없다. 여자이니까, 어느 도 사람이니까, 가난한 사람이니까 등 자기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으로 사람들의 행위를 판단해서는 상대방의 진면모를 알아보기 어렵다. 때로는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줄 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우리 전체의 삶에 해악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생긴다.

기업주가 권장하는 의료보험제도와 연금제도는 그 제도가 바로 근로자들의 의료대책과 노후대책에 도움을 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기피한다고 한탄하던 한 기업주의 말이 생각난다. 아마도 그 이유는 기업주가 하는 것치고 근로자들을 위하는 것이 없다는 근로자들의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인과 국민 사이에서도 만연되어 있다. 내가 재야에서 30여 년간 여성운동, 민주화운동을 거쳐 정계에 몸담은 지 2년 반 동안 해온 일은 재야에서 활동할 때 순수성과 도덕성을 인정받으며 떳떳함을 느끼게 하던 일과 똑같다. 어떻게 보면 그때보다도 더욱 심혈을 기울여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단지 내가 정당에 몸을 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하는 일이 정치적인 행위로 간주되는 경우가 있어 곤혹스럽다. 그래서 으레 앞장서서 해야 할 일 앞에서도 주저해야 하고, 나서지 못하는 경우마저 있다. 이럴 때면 왜 나는 내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미운오리새끼마냥 쭈뼛거려야 하는가 마음이 아프다.

정치란 더불어 사는 삶의 조건을 만들고, 개선하는 일이다. 따라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권모술수나 부리고 자기의 입신양명이나 추구하는 집단으로 몰아쳐서 정치행위 자체를 비도덕적인 것으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가에는 분명히 정치인과 정치꾼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모든 의사가 돌팔이가 아닌 것처럼 정치하는 모든 이들이 다 정치꾼은 아니다. 병이 들어도 큰 병을 앓고 있는 오늘의 우리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바로 올바른 정치인을 가려내어 지원해주는 국민적 힘이 필요하다. _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