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100세 인생설계
우리나라는 현재 열 명 중의 한 명이 65세 이상으로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들어섰고,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2019년에 고령사회, 그리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최재천 교수는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는 책에서 인생을 전·후기로 나눈다. 전반부가 자녀양육 등 먹고사는 문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는 삶이라면, 후반부는 자기의 보람을 찾아서 살아야 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50세 이후의 30~50년의 후기 삶을 위해 전반부의 삶에서 적어도 10년간은 자신을 위해 투자해서 필요한 공부를 하고 노는 법도 익히고 함께 늙어갈 친구관계도 확실히 다져야 한다고 한다. 그 관계를 그는 ‘행복 네트워크’라고 했다.
최 교수와 함께하는 연구자들은 ‘아름다운 인생 2막을 여는 열 개의 열쇠’를 건네주었다. 그들은 ①유서를 미리 써보라 ②다시 공부를 시작하라 ③노는 법을 배워라 ④행복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⑤가족과 1:1의 만남의 시간을 정기적으로 만들라 ⑥누군가의 성공을 돕는 일을 시작하라 ⑦고독과 친구가 되는 법을 미리 훈련하라 ⑧생의 마지막까지 지속할 수 있는 운동기술을 익혀라 ⑨병원비를 감당할 보험을 챙겨라 ⑩행복의 원천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라 등이다. 이들은 사람이 자칫 의무와 책임에 매몰되어 자신을 잊고 살아온 지난날의 삶을 성찰하고 지평을 넓혀 남은 인생의 보람찬 ‘진짜 삶’의 관문을 여는 열쇠들이다.
100세 인생을 설계한다고 하는 것은 더 이상 무모한 일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산 모델들이 줄지어 있는 데서 하면 된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내가 근래에 대면한 몇 분에게서도 그런 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 한 예는 3년 전 이화여자대학교 창립기념행사에서 104세의 동문을 만났을 때이다. 이 분은 우리가 아득한 역사 속의 인물로 기억하고 있는 유관순 열사의 1년 후배인 이화인으로서 독립운동을 함께 하였으며 그 연세에도 강건한 모습으로 3.1운동 동지회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마주 앉아 유관순 열사와의 활동을 어제 일처럼 낭랑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받은 감동은 지금도 새롭다.
또 하나는 2년 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피터 드러커 교수의 94세 된 부인인 도리스 드러커 여사이다. 그 전 해에 작고한 남편을 대신해서 우리나라의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 출범식에 참여하기 위해 내한한 것이다. 미국에서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온 노부인은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오후에는 다섯 시간에 걸친 심포지엄에 참여하였다. 외국어로 진행된 데다가 청중과 마주 앉은 쉽지 않은 자리였다. 그럼에도 행사 내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연설하고 진행되는 내용을 경청하고 문답에 참여하는 모습은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였다.
이 둘 외에도 70세를 넘어서 꽃피운 인생이 있는가 하면 평생을 현역으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교훈은 주어진 생명의 어느 한 순간도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또는 적당히 시간을 죽여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람을 느끼는 것은 물론 남에게 그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찍부터 삶을 설계하였고 생을 마칠 때까지 자신의 자원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에게 ‘은퇴’ 또는 ‘정년’은 없다. 끊임없이 새로운 과제를 찾아 변신하며 행복한 제2, 제3의 인생을 살아내고 있다. _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