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구원의 비방을 찾아서

 

운동이란 모순 속에서 모순을 의식할 때 발생한다. 오늘의 여성문제의 쟁점은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성차별 철폐인데, 여성운동의 지속 또는 확대가 되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그 이유는, 여성의 상황과 민족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거기에서 여성운동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지식층 여성들의 무자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75년 ‘여성의 해’ 당시에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여성문제 의식이 희박함을 목격하고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여성문제의 도전이 저소득 그리고 저학력 여성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할 때 오늘의 교육이 얼마나 허망한 허상을 구성하고 있는가를 절감했다.

그러나 분명히 지적해야 할 것은, 여성문제를 눈감아 두고 현대 여성으로 자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까지의 역사는 여성 부재, 청년 부재, 약자 부재, 장애자 부재, 흑인 부재 등의 모순을 안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역사는 그럴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러한 새 시대는 오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제2의 성>의 저자 보바르는 그의 책 서두에서 “사람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나아가 어떤 이는, “미래는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해방시켜야 한다. 그리고 여성들의 주체적인 노력만이 이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 과제는 힘의 원리, 정복의 원리, 이기는 것이 진리라는 철학에서 출발하여 오늘날 인류를 멸망의 위기로 몰고 가고 있는 소위 남성적인 문화를 바로 잡기 위해 여성적인 문화로 대체한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새로운 문화가 요청하는 가치가 지금은 여성이라는 인간집단이 보다 많이 지니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이것을 의식화해서 사회갱신과 교회갱신과 인류구원에 동원한다고 하는 것은 이제 세계가 활용해보지 않은 인류 구원의 비방을 찾아 쓰는 것이 된다. 지배와 착취에는 구원이 없다고 하는 성서의 말 앞에 귀 기울여 보면 인류 구원은 분명히 여성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_1983

ywca종교 7r (2)

ywca종교 5r (2)

ywca종교 4r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