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우리 어머니들은 사회와는 거리가 먼, 가정이 오로지 전부였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남편이나 자식을 통해 발현시킬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자녀를 교육하는 데 있어서도 자식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은 채 어머니의 뜻대로 맞추어 기르려는 병폐가 많았다. 자식의 출세가 곧바로 어머니의 출세였고, 성공한 자식의 어머니로서 만족해버리는 모습이 가족이기주의를 창출해낸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족은 결코 사회와 구별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 어머니들도 남편과 자식이 내 삶의 대리인일 수 없고, 나에게 일방적으로 길러지는 사람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가정이란 누구에게 구속된 것도, 사육되는 것도 아닌 개개의 독립된 인격과 자아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이고, 이 구성원들이 모여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상호협조를 통해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속에서 가족공동체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을 가질 때만이 어머니들도 가족과 동등하게 설 수 있는 사람으로 자리잡고 계속적인 발전을 거듭해갈 수 있다.

사회생활에서도 여성의 역할, 어머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경제 우선적 정책으로 인간 중심, 생명을 중시하는 정책이 절대적으로 빈곤한 상태이다. 남성들의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시각뿐만 아니라 한 맺힌 사람들의 가슴을 풀어주고 생명과 인권을 중시하는 시각이 반영되어야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된 사회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성들이, 어머니들이 가정에만 안주하고 내 가족만을 생각하는 가족이기적인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며, 사회 각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해야 한다. 실제로 여성들은 결코 안이하지도 무기력하지도 않다. 많은 걸 보고 느끼고, 울고 웃고 또 많이 싸워왔다. 숨겨진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을 때까지 두 눈을 크게 뜨고 또 다시 새롭게 출발했으면 한다. _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