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부의 쾌척

 

우리 사회에는 콩나물장사 할머니, 김밥 할머니, 국밥집 할머니들이 평생 동안 자기를 위해서는 아끼고 또 아껴서 모은 돈을 학교나 병원에 쾌척함으로써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거나 병을 고치지 못한 한을 달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자기 또는 자기 가족밖에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게 반성하는 기회가 되고 쾌척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쾌척’이란 국어사전에서 보면 ‘금품을 마땅히 쓸 자리에 시원스럽게 내놓음’이라고 되어 있다.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의 것을 선뜻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금품의 액수와는 상관없이 쾌척의 무게는 똑같다. 오히려 작게 가진 사람들의 작은 쾌척이 더 값진 경우도 있다.

60여년 전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 중에 아직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한 토막은, 내가 태어난 평양 어느 건물 앞뜰에 세워진 흉상에 관한 사연이다. 그것은 평생 번 돈을 좋은 일을 위해 쾌척한 백씨 이름의 한 미망인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백과부의 흉상>으로 불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대에 미망인인 한 여성이 어떻게 돈을 모을 수 있었으며, 또 모은 돈을 사회공헌을 위해 쾌척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어렸을 때 들었던 그 이야기를 아직도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웃을 위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쾌척이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이어져서 우리 사회에 오래오래 기억되고 기림을 받아야 한다. _2002

정치 민주화 1r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