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이 밝힌 촛불의 힘

 

지난 5월2일 서울 청계천 소라광장에서 교복을 입은 10대 소녀들, 우리의 딸들이 그들의 급식식탁에 오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와 신호등 없는 찻길로 비유되는 교육정책의 시정을 요구하며 촛불을 켜 들었다. 그 촛불행렬이 유모차를 앞세운 주부들, 젊은 직장 여성들, 시민들, 운동가들 그리고 정치인들을 시청광장으로 불러 모으는가하면 미국언론마저 움직이는 힘을 발휘한 것은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그리고 여성들이 더 이상 피보호자, 관리의 대상이 아니며 무임승차하려는 경향에서 벗어나 당당한 주체적인 존재로서 자기의 주장을 들고 나선 것을 지켜보면서 여성들에게 참여민주주의 의식이 꽃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소득이었다.

여성들이 앞장 선 촛불대행진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소득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성장논리에 집착하는 정부, 그리고 민생은 뒷전에 두고 권력싸움에 매몰된 의회정치에 대한 경고로서, 국민이 그토록 바라던 생활행정과 정치로의 방향전환을 견인해내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것은 지난 제17대 국회에 두 자리 수의 여성의원과 과반의석 이상의 초선 의원들을 진출시키면서 국민들이 염원했던 바로 그 정치권 개혁의 과제였다. 개혁이란 소수의 엘리트에서 의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다수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우리의 10대 딸들에게서 그 희망을 본다. 6월의 밤을 뜨겁게 달군 촛불이 미국 소고기가 불러온 생활의 정치를 넘어 사회문화적 변혁의 지평을 열 수는 없을까. 그래야 한다. 여성들이 앞장서서 추구하고 있는 성평등사회,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 자연과 조화되는 사회, 나눔과 돌봄의 사회를 위한 사회문화적 변혁이 일어나야 한다. _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