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동네병원 의사
국회의원 집의 전화벨은 새벽 한시 두시를 가리지 않고 울리게 되어 있다. 때로는 시간을 다툴 정도의 다급한 요청이 날아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환락가에서 가냘픈 여성의 탈출을 도와야 하는 일, 어떤 경우에는 남편에게서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경우 등 난처한 일이 예고도 없이 통보될 때도 있다. 이런 일들은 나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국회의원의 역할을 동네병원 의사의 역할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아무 때라도 환자가 부르면 달려가야 한다.
내가 지금 마련 중에 있는 법률안은 최근에 신문지상에서도 많이 논란되고 있는 매매춘문제, 인신매매문제에 관련된 법률을 비롯해서 날로 심각해지는 공해문제와 방사능오염 등에 대처하기 위한 환경보전법률안 등이다.
나는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문제에는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정책을 비롯한 모든 문제를 여성의 시각 즉 생명존중 또는 인간 위주의 모성적인 시각으로, 문제가 없는 다수보다는 문제가 있는 소수자에게 보다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별로 듣기 좋지 않은 ‘AIDS 의원’ 혹은 ‘매춘여성의 대모’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국회에 몸담고 있는 동안에는 한 맺힌 사람들의 가슴을 달래고 풀어주는 정치에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_19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