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과 탈쇠고기문화의 도전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 Beyond Beef』은 쇠고기를 통해서 근대문명을 비판한 것으로써 역사, 인류학, 의학, 생물학, 생태학, 경제학, 심리학, 신학 등 다양한 프리즘을 통한 심층적인 인간문명론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식량경제학자인 프란시스 무어(Francis Moore)는 ‘곡식을 먹여 키운 고기 중심의 식생활 체계는 자원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환경을 파괴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근거로 첫째, 물 낭비이다. 쇠고기 4.5㎏을 생산하는 데 한 가정이 1년간 사용하는 만큼의 물이 필요하다. 둘째, 열대우림을 파괴한다. 햄버거 하나를 만들기 위해 5㎡의 삼림을 훼손하고 있다. 셋째, 에너지 낭비이다. 미국 4인 가족의 연간 쇠고기 수요 충족을 위해 약 1,000ℓ의 화석연료가 소모된다. 넷째, 지구온난화의 촉진이다. 초지 조성, 사료 생산, 축산과정이 메탄,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의 배출원이 되고 있다.
리프킨은 여기에 더해서 쇠고기 문화의 비윤리성을 지적한다. 풍요한 사람들의 쇠고기 수요를 지탱하기 위해 발전도상국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빈곤을 강요하는 쇠고기 문화가 인류역사상 불평등을 만들어 낸 원흉이라고 힐난한다. 그는 곡물이 사료인가 식량인가 하는 문제가 앞으로 세계의 중대한 정의의 문제가 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쇠고기 문화가 발전도상국의 사람들에게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약자들의 희생으로 생산된 쇠고기를 먹는 선진국 사람들은 육식중심의 식생활로 인한 <포식병>에서 비롯되는 심장병, 뇌졸중, 간질환 등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TV보도에서 유럽에 이어 남미와 중동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구제역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이제 돼지고기도 먹기 어렵게 되었다. 이것을 두고 육식문화가 불러들인 재앙이라고들 한다. 지금 인류는 육식을 즐긴 대가를 톡톡히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광우병을 계기로 거간의 비난거리였던 대량생산체계인 ‘공장형 농업’과 ‘기업형 축산’에 대한 정치논쟁이 야기되고 있다. 채식과 환경운동 또는 유기농산물과 환경운동의 연결고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지 못한 속도 조작이나 생산량 조작이 파멸을 향해 가는 이정표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리프킨이 희망하는 것은, 새 세기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매일 매일의 생활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칼로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풍요한 사람들이 섭취하고 있는 칼로리 양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써 지구가 인간에게 베풀 수 있는 혜택의 정의로운 분배를 가능하게 하고, 역사 이래 가장 광범위하게 자원을 분배하는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육식문화에서의 탈출은 하나의 의식혁명이며, 우리 자신을 변혁하는 것이고,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의사표명이다. 광우병이나 구제역의 위협에 굴복해서가 아니라 피조물로서의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탈육식 문화에 도전해야 한다.
60년대의 ‘침묵의 봄’이 농약의 위협에 대한 인류의 깨달음의 촉발제가 되었다면, 90년대 ‘탈쇠고기 문화’는 쇠고기 문화가 미래의 인류문명을 파멸시킬 것이라는 경고로써 현대인들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_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