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치유의 리더십
가족공동체의 회복을 제창하며
주부로서의 삶과 사회 공인으로서의 삶을 두루 거치면서 깨닫게 된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가정과 유리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 우리는 완전히 가정 부재의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이 되는 공적 생활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며, 또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어 가는 것에 비해서 사적인 삶의 터전인 가정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왜소해지고 그 기능도 약화되어 결국은 두 영역이 상호 단절되어가고 있다.
GNP의 향상을 위한 경제성장도 좋고, 맡은 일을 초과 달성하여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활동력 재생산의 책임이 있는 가정이 단지 하숙방에 불과하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가끔씩 대통령을 비롯해서 온 국민이 8시간씩만 일하고, 저녁에는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대화하며 식사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꿈꾸어본다.
호주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의 일이 생각난다. 저녁시간이 되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서 운동선수나 관람객들이 쇼핑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부당국에 며칠만이라도 저녁 시간에 상가를 개점해줄 것을 진정했지만 시민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외국 손님도 중요했지만 그들은 가족과 함께 해온 생활의 틀을 깨려고 하지 않았다.
직장인들이 귀가길에 들르는 주점도 어느 시간이 되면 정확하게 문을 닫아서, 직장생활 이외의 시간이나 생활행태는 철저히 가족 중심적이고 그들이 중요시하는 사교생활도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부부 동반으로, 음식은 간단하게, 그리고 주부의 일손을 덜기 위해 설거지는 손님들이 하는 등 검소하고 실속 있는 생활양식은 본받을 만한 것이다. _1989












